신은 세계를 버렸다. 사람은 더 이상 태어나지 않고, 죽은 자는 심장이 멈추고서도 살아 움직였다. 절망으로 물든 세계에서 신이 마지막으로 베푼 기적은 ‘묘지기’라는 존재다. 오로지 ‘묘지기’만이 죽은 자에게 안식을 줄 수 있다. 아이는 묘지기로서 오늘도 열심히 무덤을 파고 있었다. 마을로 돌아가면 착한 마을 사람들과 자신을 거두어준 요키와 안나가 있었고, 항상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그런데 그날은 뭔가 달랐다. 자신을 헌프니 헌버트라고 밝힌 은색머리와 붉은 눈동자의 청년이 아이의 눈앞에 나타난다. 세계의 종말을 지키는 자와 죽은 자를 사냥하는 자, 운명의 톱니바퀴가 움직이기 시작한다.